미국의 AI 활용 사례: 포춘 쿠키

포춘 쿠키(fortune cookie)를 아시나요? 미국에서 중국 식당에 가면 식사 후에 하나씩 주는 과자인데요. 갈라보면 운세나 점괘가 적힌 쪽지가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AI의 도입으로 생겨난 포춘 쿠키 업계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춘 쿠키

먼저 포춘 쿠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볼게요. 미국에는 곳곳에 차이니즈 레스토랑들이 있는데 파는 메뉴는 다르지만 한국의 중식당의 개념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 때가 되면 서버가 영수증과 함께 포춘 쿠키를 줍니다. 아래 사진처럼 생겼고 센베이 과자와 비슷한, 많이 달지 않은 슴슴한 맛에 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입니다. 포춘 쿠키의 매력은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입니다. 반을 갈라보면 운세나 행운의 메시지가 적힌 작은 쪽지가 나오는데, 아래의 예처럼 동양적 사상이 삼긴 격언이나 막연한 점괘, 혹은 유머러스한 메시지 등이 적혀져 있습니다. 

• A journey of a thousand miles must begin with a simple step. 1000마일의 여행도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 Don't let what you can't do interfere with what you can do. 할 수 없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 A new romance is in the future.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 A good way to keep healthy is to eat more Chinese food.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은 중국 음식을 더 먹는 것이다.

포춘 쿠키

포춘 쿠키 점괘를 쓰는 사람들

포춘 쿠키의 메시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중식당에서 주는 포춘 쿠키는 대부분 포춘 쿠키 전문 업체에서 공급받은 것인데, 이런 업체의 오너나 그의 가족들이 포춘 쿠키에 들어갈 메시지들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이 분들이 중국의 격언이나 속담 등을 참조해서 직접 메시지를 쓰는 것입니다. 혹은 큰 업체의 경우 메시지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마저 뽑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시지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놓고 나름대로 업데잇을 하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AI로 인한 포춘 쿠키 업계의 변화

그런데 최근 AI가 포춘 쿠키 업계에 도입되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ChatGPT 기술이 포춘 쿠키 메시지 제작에 도입된 것입니다. 한 예로 OpenFortune이라는 뉴욕의 한 회사는 ChatGPT를 이용하여 새로운 메시지를 제작해서 세계 곳곳의 포춘 쿠키 공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각종 기업들의 브랜드 프로모션을 위한 포춘 쿠키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ZipRecruiter라는 회사를 위한 브랜딩 작업입니다. 이 회사는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회사로 한국의 사람인이나 잡코리아와 비슷합니다. OpenFortune은 아래 예처럼 ZipRecruiter의 구직 서비스 관련 정보를 담은 포춘 쿠키 메시지를 제작했습니다. 앞면에는'When opportunity knockss, answer the door' (기회가 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어라)라는 격언이 있는데 구직이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문구네요. 뒷면에는 'Looking for a job that's always "remote"?' (영구 원격 근무인 일을 찾고 있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ZipRecruiter의 로고와 QR코드가 찍혀 있습니다. 제가 만일 구직자이고 식당에서 이런 메시지가 적인 포춘 쿠키를 받게 된다면 일단 웃음이 나올 것 같습니다. 포춘 쿠키에서 나오는 흔한 메시지들과 다르니까요. ZipRecruiter라는 브랜드에 대해 좀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QR코드를 이용해 구직 검색도 해볼 것 같습니다.

 

포츈 쿠키를 통한 브랜딩

AI가 만든 포츈 쿠키 메시지

그럼 AI가 만든 포춘 쿠키 메시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아래에 OpenFortune에서 만들어낸 메시지의 몇가지 예가 있습니다.

• You will soon have a delightful encounter with a stranger who will add a pinch of spice to your life's recipe. 당신은 곧 당신 삶의 레시피에 약간의 양념을 더해줄 낯선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 A harmonious melody will soon drift into your world, guiding you to dance with destiny. 조화로운 멜로디가 곧 당신의 세계로 들어와 당신을 운명과 함께 춤추도록 인도할 것입니다.

그럴듯하지 않나요? 제가 포춘 쿠키에서 이런 메시지를 본다면 사람이 썼는지 AI가 썼는지 구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편 이런 AI스러운 메시지도 있습니다 (월스트릿저널 기사에서 참조). Your fate is written in the stars and encrypted in the clouds… (당신의 운명은 별들에 씌여져 있고 클라우드에 암호화되어 있다) Cloud라는 단어를 '구름'이라는 의미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의 '클라우드'라는 의미까지 담아 사용한 재치가 돋보이네요. 

포춘 쿠키 업체들의 반응

AI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혹은 앞으로 사라질 직업군들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위의 사례를 보면 포춘 쿠키를 작성하는 일도 여기에 해당이 되겠네요. 이에 대한 업체들의 반응도 제각각입니다. 몇몇 포춘 쿠키 업체들이 이미 OpenFortune 등의 회사와 협업하여 AI가 작성한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어떤 업체들은 예전의 수공예적인 창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포춘 쿠키 메시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일을 삶의 철학이 담긴 인간적인 작업으로 여기는데, 일종의 장인 정신이라고 할까요. 이런 작업를 AI 기술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 등이 그 이유입니다. 

마치며

우리 삶에 이미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AI 기술이지만 포춘 쿠키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포춘 쿠키 메시지들에 사람들이 바라는 것 중의 하나가 맞춤화(customization)라고 합니다. 흔하디 흔한, 일반적인 메시지 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욕구에 맞는 메시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죠. AI를 통해 맞춤화된 메시지를 보다 빨리 제작한다면 포츈 쿠키에 대한 수요, 그리고 포춘 쿠키를 주는 식당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사람들이 어떤 식의 맟춤화를 원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된다고 가정했을 때 말입니다. 앞으로 중식당에 가게 되면 포춘 쿠키 메시지를 자세히 읽어봐야겠습니다. AI가 썼는지 사람이 썼는지 추측도 해보면서 말이죠.